지금 생각해보면 출간 시점이 아쉬운 책이다. 월터 아이작슨이 2년 정도 더 섀도윙을 했다면 흥미가 배가되지 않았을까 싶다. 반대로 최근의 정치적 행보를 보면 독자를 더 잃었을지도 모른다. 이 책을 미리 읽었기에 2024년 이후 그의 선택과 행동들을 조금 더 이해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물론 여전히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일들이 많았다. 그가 살아온 방식 자체가 비정상적일 정도로 큰 리스크를 감수하고 거기서 성공하며 격차를 벌려나가는 식이라 다른 평전보다 더 흥미롭게 읽었다.
30대 초반에 페이팔 매각으로 번 1억 7천만 달러 전부를 로켓과 전기차에 투자하고 다시 재정난을 겪었다는 사실은 그를 가장 잘 드러내는 사례다. 이 무모한 배팅에서 끝내 성공을 거두었기에 전례 없는 부를 이루었다고 생각한다. 책에서는 이런 과정의 집요함과 고통을 어느 정도 설명해주었다. 다만 그 특유의 끊임없는 내적 동력과 리스크 집착을 설명하기 위해 남아공 유년 시절이나 아버지와의 관계를 끌어오는 부분은 부족하게 느껴졌다. 개인적으로는 유전적 요인이 훨씬 중요하다고 보지만, 책을 그런 관점으로만 쓰기 어려웠을 테니 이해는 된다.
Highlights
머스크는 노바스코샤 은행에서의 경험을 통해 또 다른 교훈도 얻었다. 바로 자신이 다른 사람들을 위해 일하는 것을 좋아하지도 않고, 잘하지도 못한다는 사실이었다. 공손하게 처신하거나 다른 사람들이 자신보다 더 잘 안다고 추정하는 것은 그의 본성이 아니었다.
머스크는 3년 만에 두 번째로 회사에서 쫓겨났다. 그는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선지자였다. 페이팔의 동료들이 머스크의 가차 없고 거친 스타일에 더하여 놀랐던 것은 리스크를 감수하려는 그의 의지, 심지어 욕망이었다. “기업가는 사실 리스크를 감수하는 사람이 아니지요.” 로로프 보타는 말한다. “기업가는 리스크를 완화하는 사람이에요. 리스크를 감수하면서 번창하려 하지도 않고 리스크를 증폭시키려 하지도 않죠. 대신 통제 가능한 변수를 파악해서 리스크를 최소화하려고 노력하지요.” 하지만 머스크는 그렇지 않았다. “그는 리스크를 증폭시키고 우리가 물러설 수도 없게 배를 불태워버리는 데 몰두했어요.”
공장을 설계할 때 머스크는 디자인과 엔지니어링, 제조 팀이 모두 함께 모여 있어야 한다는 자신의 철학을 따랐다. “조립라인에 있는 사람들이 즉각적으로 디자이너나 엔지니어를 붙잡아 세우고 ‘대체 왜 이런 식으로 만든 거요?’라고 따질 수 있어야 하는 거예요.” 머스크가 뮬러에게 설명했다. “가스레인지 위에 자기 손을 올려 놓으면 뜨거워지자마자 바로 떼어내지만, 다른 사람의 손이 올라가 있으면 무언가 조치를 하는 데 시간이 더 오래 걸리기 마련이지요.”
머스크는 딱히 그럴 필요가 없는 경우에도 비현실적인 일정을 고집했다. 예를 들면, 그는 아직 제작되지도 않은 로켓 엔진에 사용할 테스트 스탠드를 몇 주 내에 세우라고 지시했다. “광적인 긴박감이 우리의 운영원칙입니다.” 그는 반복해서 선언했다. 긴박감은 그 자체로 효과가 있어서 엔지니어들이 제1원리에 입각한 사고를 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뮬러가 지적했듯이, 그것은 또한 정신적으로 유해한 측면이 있었다. “사람들이 해낼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는 선에서 공격적인 일정을 정하면 사람들은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려고 할 겁니다. 하지만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일정을 제시하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엔지니어들이 바보가 아니잖아요. 사기만 떨어지게 되죠. 그것이 일론의 가장 큰 약점입니다.”
머스크는 설계에 반복적 접근방식을 취했다. 로켓과 엔진의 프로토타입을 빠르게 만들어 테스트하고, 날려버리고, 수정하고, 다시 시도하는 식으로 마침내 제대로 된 게 나올 때까지 반복했다. 빠르게 움직이고, 날려버리고, 반복하라! 뮬러는 말한다. “중요한 것은 문제를 얼마나 잘 피하느냐가 아니거든요. 어떤 문제가 있는지 얼마나 빨리 파악해서 해결하느냐가 진정으로 중요한 겁니다.”
머스크와 함께 2차 발사 실패를 지켜봤던 '와이어드'의 칼 호프먼 기자가 머스크에게 연락해 어떻게 낙관론을 유지할 수 있는지 물었다. 머스크는 답했다. “낙관론, 비관론, 다 집어치우라고 하쇼. 우리는 해낼 거요. 염병할 신께 맹세컨대, 나는 무슨 일이 있어도 그것을 성공시킬 작정이오.”
2008년 가을, 상황이 더욱 절박해지자 머스크는 테슬라의 임직원 급여를 충당하기 위해 친구와 가족에게 돈을 빌려달라고 간청했다. 킴벌은 경기 침체로 대부분의 돈을 잃었고 형과 마찬가지로 파산 위기에 몰린 상태였다. 그는 애플 주식으로 보유한 37만 5,000달러는 끝까지 가지고 있었는데, 은행에서 받은 대출금을 갚는 데 쓸 돈이었기 때문이다. 일론은 “그 돈을 테슬라에 넣어줘”라고 말했다. 언제나 형을 지지하던 킴벌은 주식을 팔아 일론의 요구에 따랐다.
머스크는 말한다. “이른 바 카르마(업보)라는 것의 흥미로운 실례가 아닐 수 없었어요. 내가 원로원에서 칼에 찔린 카이사르처럼 페이팔에서 쿠데타 지도자들에게 축출된 후, ‘너희들, 정말 형편없는 자식들이야’라는 식으로 나갈 수도 있었겠지요. 하지만 난 그러지 않았어요. 그렇게 했다면 2008년에 파운더스 펀드에서 나서줄 리 만무했을 테고, 스페이스X는 망했을 겁니다. 나는 점성술이니 뭐니 그런 걸 믿지 않아요. 하지만 카르마는 실재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잡스는 매일 애플의 디자인 스튜디오를 둘러보는 것을 좋아했지만 중국에 있는 공장은 한 번도 방문하지 않았다. 반면 머스크는 디자인 스튜디오를 돌아다니는 것보다 조립라인을 둘러보는 데 더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
자신의 회사에 인공지능 역량을 구축하겠다는 머스크의 결심은 2018년 오픈AI와 결별하는 원인이 되었다. 그는 구글에 뒤처지고 있다는 생각에 오픈AI를 테슬라에 통합해야 한다고 올트먼을 설득하려 애썼지만, 오픈AI 팀은 이를 거부했다. 올트먼은 연구소의 사장으로 취임하여 주식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영리 부서를 신설했다.
화성 여행 등 여타의 임무에 대한 집착에서와 마찬가지로, 그는 일정과 관련해 나중에 터무니없었던 것으로 드러나는 예측을 했다. 2016년 10월 기자들과의 전화 회견에서 그는 이듬해 말쯤에는 테슬라 차량으로 로스앤젤레스에서 뉴욕까지 “핸들을 한 번도 터치할 필요 없이” 운전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선언했다.
“그는 자신의 사명에 자신의 모든 것을 기꺼이 던지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그런 것을 기대합니다.” 휴스는 말한다. “여기에는 좋은 면과 나쁜 면이 있습니다. 사람들은 자신이 더 큰 목표를 달성하는 데 사용되는 도구라는 것을 분명히 깨닫게 되는데, 그 역시 멋진 일입니다. 하지만 때때로 도구가 낡으면 그가 기꺼이 도구를 교체할 것이라는 생각도 들기 마련입니다.”
머스크가 일으킨 가장 큰 변화는 테슬라에서 한동안 그랬던 것처럼 설계 엔지니어에게 생산을 담당하게 만든 것이었다. “아주 오래전에 설계와 생산 그룹을 따로 구성했는데, 그건 말도 안 되는 실수였소.” 머스크는 맥켄지가 주도한 첫 회의에서 이렇게 말했다. “바로 엔지니어인 여러분이 생산 프로세스를 책임져야 해요. 다른 사람에게 맡길 수 없는 겁니다. 설계에 따라 생산하는 데 비용이 많이 든다면 설계를 변경해야 합니다.” 맥켄지와 그의 엔지니어링 팀 전체는 75개의 책상을 조립라인 옆으로 옮겼다.
“성공 확률이 0보다는 높다고 생각합니까? 그렇다면 실행에 옮기세요! 우리가 바꿔놓은 것이 너무 모험적인 것으로 드러나면, 그러면 후진하면 됩니다.”
대부분의 경우, 그는 자신이 온건 중도주의자라고 주장했다. 다만 규제와 규칙에 대한 타고난 저항심으로 인해 자유주의적 성향을 보일 때가 있다는 것이었다. 그는 오바마의 선거 운동에 기여했으며, 한 행사에서 오바마와 악수하기 위해 6시간 동안 줄 선 적도 있었다.
헨리 키신저는 과거 한 보좌관의 말을 인용해 워터게이트 스캔들이 “어떤 멍청이가 대통령 집무실에 들어가 닉슨이 시킨 일을 했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머스크의 주변 사람들은 그가 악마 모드에 빠진 상황을 어떻게 이겨내야 하는지 알고 있었다.
셰익스피어가 말했듯이, 모든 영웅은 결점을 가지고 있다. 어떤 결점은 비극을 낳고 어떤 결점은 극복된다. 우리가 악당으로 보는 인물도 복잡할 수 있다. 셰익스피어는 가장 훌륭한 사람조차도 “결점으로 주조된다”라고 썼다